배우 손예진이 자신만의 조씨부인을 만들어낸 과정을 밝혔다.
손예진은 9월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극본 이승영 한혜송 / 연출 정지우) 종영 인터뷰에서 작품 출연 이유와 함께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어려웠던 부분을 털어놨다.

- ▲ 넷플릭스 제공
손예진은 '스캔들'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욕망이 눌려졌어야 하는 시대이지 않나. 남자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억눌린 욕망들, 펼치지 못했던 자유가 있었으니까 21세기에 할 수 없는 얘기이지 않나. 그 인물이 지금 살았으면 능력을 인정 받으면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시대에 살았음으로 인해서 가해지는 속박, 제약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재미있는 요소 중에 하나였다. 그 속에서 펼치지 못했을 때 비뚤어질 수 있고 결핍이 생기는 것 같다. 거기에서 자기와의 싸움을 하면서 정숙한 여인으로 살아가는 게 매력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까지는 사극을 계속 피해왔다. 사극이 주는 매력적인 것도 있지만 너무 불편하더라. 한복을 입고 머리를 하는 게 너무 불편해서 연기를 할 때 집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조금 피해왔는데 조씨부인 인물이 다층적이고 조선시대라는 것이 있고 사극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십몇년만에 도전한 건 만족한다.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했다는 것, 촬영하는 동안만큼은 그 시대 여성들을 생각하게 되고 사회상 이런 것들은 현대극과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 재미가 있었다. 8부작이라 이야기도 많고 하나의 포맷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배우들은 자기가 나오는 장면은 다 재밌다. 그렇게 보면 오히려 새롭고 재밌다"고 전했다.
2003년 개봉한 영화 '스캔들'을 의식했냐는 질문에는 "처음에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영화를 리메이크한 줄 알았는데 영화 '스캔들'도 리메이크작이었더라. 우리 작품은 프랑스 고전 소설을 리메이크한 것이고 존 말코비치와 글렌 클로즈가 나온 영화 '위험한 관계'를 리메이크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영화는 두시간 안에 짧고 임팩트있게 하는 거라면 시리즈다 보니까 인물들의 감정선, 동기, 배경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서 흥미롭다고 생각한 것 같다. 영화가 20년 전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회자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원체 영화의 미감, 연출, 배우들도 멋졌기 때문에 아직 잔상이 있다. 여전히 만들 수 있는 매력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조씨부인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말했던 손예진은 "조씨부인을 막연히 생각했을 때 어떻게 보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 자체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됐다. 많이 와닿았다기 보다는 그 시대에 갖춰야 하는 미덕이 엄청났구나 싶었다. 조씨부인의 상황도 그랬고 뒤틀린 욕망이라고 해야 할지 억눌려서 어떻게 분출될지 모르는 게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그런 걸 표현하기가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그런 시야가 넓어져가면서 옛날에는 이해못했던 감정들이 조금은 표현할 수 있는 자원이 채워지지 않았을까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워낙 다층적인 인물이기에 연기를 하면서도 조씨부인을 100% 이해하지 못했다고. 손예진은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했고 감독님도 시리즈로 하려고 마음 먹었던 건, 인간과 인간의 감정이 단지 사랑의 감정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조원은 애증이 복수심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고 저는 조윤의 꿈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글동무이자 조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던 것 같다. 그래서 선망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하고 복잡다단함 속에서의 매력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어렵더라. 쉬운 이야기가 아니니 흥미롭게 볼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았다. 명확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촬영을 해야 했다. 중간에 대본이 나오면 무슨 감정일까 하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오랜만에 상대를 만났을 때 보고싶었다랄지 여러 회한이 들었을텐데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나. 서로의 감정을 감추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서 네가 바람둥이로 살았다고 하던데 말이 안 되는 부탁을 한다. 그러다 갑자기 청상과부인 여인에 대한 내기를 제안하게 되는 건데 어떻게 보면 그 패턴 자체가 완벽하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지 않나. 나도 모르게 어떤 말들이 튀어나오거나 의도한 게 아닌데 말했다거나 하는 게 아닌가 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마음을 감추고 시작된 변주들이 이야기의 첫 시작이 된 거니까. 조씨부인의 감정을 오롯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너무나 뛰어난 인물이 자아를 실현하지 못했을 때의 욕망을 감추고만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다른 저의를 갖고 있으면서 상대를 위하는 척한다든지 상대의 심리를 교묘하게 알아내고자 하는 방식들이 솔직하다기보다는 꿍꿍이가 많아보이는 인물이었다. 어떤 결핍으로인해 이런 선택을 하고 솔직한 선택을 못 했을까 싶었다. 시대가 주는 제약이 있었겠지만 일반적인 캐릭터는 아니니까. 이 여자는 무슨 마음으로 행동하고 말을 할까 대본이 나올 때마다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극 중 조씨부인이 '안희연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손예진은 "희연이란 인물은 어떻게 보면 자유롭게 훨훨 날아간 인물이지 않을까 했다. 열녀가 되기 위해 잔인한 제도 속에서 사회가 인간에게 주는 룰을 당연하게 살아왔던 여인이 나중에 조원과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깨어나고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나. 그 솔직함에 대해 부러웠던 것 같다. 다 내려놓지 못한 조씨부인은 따라갈 수 없는 인물인 거다. 마지막에 조씨부인의 편지에서도 돌아오라고 하지만 새장같이 닫혀있는 느낌이지 않나. 조씨부인이 가지지 못한 희연의 대범함을 되뇌었던 것 같다. 조씨부인도 원래 도망가려 했는데 아빠로 인해 못 간 거니까. 과거에 대한 회한, 후회에서 진심의 대사가 나왔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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